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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가상자산의 증권성 논란과 알트코인의 미래

사업부 :
대외협력부
작성일 :
2023-10-30 15:00:00

글. 박신애(쟁글 Legal&Compliance Head)


|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의 필요성

새정부의 디지털 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은 법적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디지털 자산의 규제 관할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법적 기준이다. 대한민국은 금융투자상품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가상자산 거래는 가상자산법 제정을 통해, 토큰증권 거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규율한다는 이원화 입법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다양한 디지털 자산 상품이 빠르게 출시되고 있지만 해당 자산이 증권인지의 여부에 대한 선례가 부족한 상황에서, 디지털 자산 포괄주의 규제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내년 7월 19일 가상자산에 대한 소위 ‘1단계 입법’이라고 불리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증권형이 아닌 가상자산을 적용대상으로 하므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개별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에 대한 논의는 이보다 먼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의 적용과 관련하여 진행되어 왔다. 개별 가상자산에 증권성이 있다고 해석되면 자본시장법상 공시, 영업의 인가∙등록, 불공정거래 제한 등 각종 규제를 적용받으며, 이러한 규제를 위반한 경우 행정처분 또는 형사처벌 등 각종 제재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은 자본시장법 또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등 관련 법령의 적용 여부를 정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이다.

 

| 금융당국의 입장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4월 28일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 및 올해 1월 19일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통해서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증권’은 금융투자상품 중 투자자가 취득과 동시에 지급한 금전 등 외에 어떠한 명목으로든지 추가로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채무∙지분∙수익∙파생결합∙투자계약증권 등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증권 유형 중 특히 ‘투자계약증권’은 그 적용 범위가 폭넓게 인정될 수 있고 적용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증권선물위원회는 뮤직카우에 대한 증권성 판단 시 투자계약증권 개념을 최초로 적용한 바 있다.

자본시장법은 투자계약증권을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 간의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1) 금전 등의 투자 2) 공동사업 3) 타인의 노력 4)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의 권리라는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위 요건을 기준으로 하되 제반 사항을 통합적으로 감안하여 사안별로 증권성을 판단하며, 방법∙형식∙기술과 관계없이 표시하는 권리의 실질적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또한 아래와 같이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와 낮은 경우의 예시를 제시하고 있다.

| 미국 SEC-리플 소송의 경과와 내용

2023년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주요 사건 중 하나로 미국의 ‘SEC vs 리플’ 소송을 들 수 있다. 해당 소송의 약식판결이 선고되고 관련 후속 절차가 진행될 때마다 관련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했고, 주된 쟁점이었던 가상자산의 증권성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었다. 해당 소송의 주요 내용에 대하여 간략하게 살펴본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0년 12월 리플(XRP) 발행사 리플랩스(Ripple Labs, Inc.)와 전·현직 경영진 라센(Christian A. Larsen), 갈링하우스(Bradley Garlinghouse)가 미등록 증권을 판매한 혐의로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리플랩스는 이에 대해 리플(XRP)은 증권이 아니므로, SEC가 리플(XRP)을 증권으로 규제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양 당사자가 약식 판결을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정 공방은 2년 7개월 동안 이어졌고, 지난 7월 1심 약식 판결이 선고되었다. SEC가 주장한 리플랩스의 ▲7억 2,890만 달러 상당의 서면 계약에 따른 기관 판매(Institutional Sales) ▲7억 5,760만 달러 상당의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한 프로그램 판매(Programmatic Sales) ▲6억 900만 달러 상당의 서면 계약에 따른 개인 및 단체에 대한 기타 유통(Other Distributions)에 대해 법원은 기관 판매 행위의 경우 증권법 위반에 해당하나 프로그램 판매 및 기타 유통 행위의 경우 증권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각 판매 행위가 ‘투자계약’에 해당함으로써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적용했다. 하위 테스트는 1) 자금 투자가 발생하고 2) 해당 자금이 공동사업에 투자되며 3) 투자로부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4) 그 수익이 타인의 노력으로 발생했는지의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투자계약으로 간주하는 법리다. 법원은 결론적으로 프로그램 판매는 “타인의 노력으로부터 비롯되는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 요건(위 3, 4)을 충족하지 않으며, 기타 유통 행위는 ‘자금투자’ 요건(위 1)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증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SEC는 지난 8월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프로그램 판매와 기타 유통 행위에 대한 판단 부분에 있어서 증권성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중간항소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10월에 담당 판사는 SEC의 중간항소를 기각했다. 이로써 쟁점은 결국 기관 판매 행위의 증권법 위반 여부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 해당 소송의 다음 재판 기일은 내년 4월 23일로 지정되었다.

| SEC-리플 소송의 국내 규제에의 영향

SEC-리플 소송에 이목이 집중되었던 이유는 리플랩스의 리플(XRP) 판매 행위가 미등록 증권 판매에 해당한다면 가상자산 대부분이 미등록 증권으로 분류되어 SEC의 가상자산 시장 개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에 대한 참고 사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SEC-리플 소송 판결 결과에 주목했다. 그런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경우 ICO가 사실상 금지되어 있어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한 일반 투자자 대상 가상자산 판매가 주로 이루어지므로, SEC-리플 소송에서는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한 일반 투자자 대상 리플(XRP) 판매가 증권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 부분 정도가 유사 사례로서 참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국내 투자계약증권 판단 요건이 미국의 하위 테스트보다 엄격한 기준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도 SEC-리플 소송 판결은 국내에 직접 적용하기는 어렵고 참고 사례 정도로만 활용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 판단 기준의 경우 ▲금전 등의 투자 ▲공동사업 ▲타인의 노력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의 권리라는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를 미국의 하위 테스트와 비교해 보면 ‘금전 등의 투자’, ‘공동사업’, ‘타인의 노력’ 측면에서는 사실상 차이가 없다. 그런데 하위 테스트에서는 ‘투자 수익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만으로도 투자계약을 인정하지만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기대를 넘어 ‘손익을 귀속 받는 계약상의 권리’까지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국내 증권 인정 범위가 미국 하위 테스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좁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증권성 논쟁의 파급효과

SEC-리플 소송 약식 판결 공개 직후 리플(XRP) 가격은 급등했다가 SEC가 항소 의사를 밝히자 반락했고, SEC의 중간항소가 기각되면서 리플(XRP) 가격은 다시 급등하는 등 해당 소송의 결과는 가상자산 시장의 가격에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입법적인 규제가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당국의 처분이나 사법부의 판단이 진행되는 경우, 해당 절차가 시장에 전달하는 신호는 실제 당국의 의도보다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 결과 다소 큰 반향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증권성 논란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평가된다. 처음 만든 주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데다, 오직 채굴을 통해서만 발행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코인(알트코인)을 증권으로 볼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가상자산이 증권으로 분류되면 증권법상 공시 규제 및 불공정거래 규제가 적용된다. 코인 거래소에서 무더기 상장폐지의 가능성도 있다.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부여함으로써 시장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내년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에 이어 ‘2단계 입법’으로 불리는 가상자산기본법 제정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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