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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N뉴스] 가상자산시장과 ‘마켓메이킹’

사업부 :
대외협력부
작성일 :
2023-08-24 15:00:00

글. 이영민(한경 블루밍비트 기자)

 

지난해 테라·루나 블록체인 붕괴, 글로벌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 등 블록체인시장을 강타한 폭풍으로 인해 가상자산 기업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계속되면서 가상자산 플랫폼의 ‘마켓메이킹(Market Making, MM)’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본 글에서는 이렇게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관심을 받게 된 마켓메이킹이 무엇인지, 마켓메이킹이 왜 필요한지, 마켓메이커가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향후 관련 규제 전망은 어떠한지 등 ‘MM’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경제 및 금융의 각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다시 광범위하게 확산 및 진전되는 가운데, 특히 디지털 지급결제 수단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화폐 디지털화의 관심도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다. 현재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화폐 후보가 대두되고 있다. 실생활에서 사용될 미래의 디지털화폐는 법정화폐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민간발행 준(準)화폐인 법정화폐담보형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재편·발전될 전망이다.

|마켓메이킹이란 무엇인가

‘마켓메이킹’은 거래 희망자가 원하는 시점에 특정 상품의 거래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거래 상대자가 되어주는 행위를 말한다. 즉 특정 가상자산 거래 시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더라도 유동성을 제공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글로벌 헤지펀드 시타델(Citadel)은 마켓메이커와 마켓메이킹의 역할에 대해 ‘유동성 제공으로 투자자가 모든 조건에서 빠르고 공정한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렇게 마켓메이커는 마켓메이킹 행위를 통해 가상자산시장에 지속적으로 유동성을 제공한다. 매수·매도 호가를 동시에 제공해 시장 참여자들이 원하는 시점에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다.

전통 금융시장에서는 상장 이후 발생하는 변동성과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거래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마켓메이킹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매수·매도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하더라도 투자자가 적절한 시장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시장의 원활한 활동을 돕는다.

마켓메이커의 수익도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매도 호가(Ask Price)는 항상 매수 호가(Bid Price) 보다 높은 가격에 형성되기 때문에 마켓메이커는 낮은 가격에 상품을 매수하고 높은 가격에 매도하면서 차익을 얻게 된다. 가령 마켓메이커는 해당 자산에 대해 2만7,499달러 Bid(매수)와 2만7,501달러 Ask(매도) 호가를 동시에 제시한다. 이 주문들이 체결되면, 마켓메이커는 2만7,499달러에 매수를 하고 2만7,501달러에 매도를 하여 매수-매도 스프레드인 ‘$27,501— $27,499 =$2’의 수익을 얻게 된다.

하지만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시장 변동성이 심해지면 매수·매도 중 일방적인 방향으로만 급격하게 수요가 몰리는 상황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마켓메이커가 유동성 제공을 위해 보유하고 있었던 자산 재고를 제값에 팔지 못하고 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

미 증권시장 나스닥(NASDAQ)에서는 주식 한 종목마다 평균 14개, 전체적으로 약 260개의 마켓메이커가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유동성이 적은 채권, 원자재, 외환시장에서는 대부분의 거래가 마켓메이커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마켓메이커의 시장 영향력이 대단하다.

국내 시장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증권투자매매업 및 장외파생상품 인가를 받은 증권사들이 유동성 공급자(LP), 증권·파생상품 통합거래소인 ‘한국거래소’가 감시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마켓메이킹은 건전한 금융시장 조성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지만 가상자산시장 내 마켓메이킹의 경우, 조금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마켓메이킹을 대형 투자자 및 기관의 ‘시세 조작’과 ‘펌프앤덤프(Pump&Dump)’에 악용되는 불법 수익 도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상대적으로 전통 금융시장보다 미흡한 규제 장치를 통해 제어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마켓메이커가 마켓메이킹을 하지 않는다면 유동성이 떨어지는 소형 알트코인의 경우 ‘마켓 뎁스(Market Depth)’가 너무 떨어져 스프레드 호가가 유지될 수 없다. 이런 경우 가상자산을 발행한 프로젝트가 엄청난 사업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매수·매도가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유동성도 계속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을 것이다.

|마켓메이킹 규제 전망

과거 마켓메이킹을 악용해 부정 수익을 챙긴 혐의로 소송에 직면한 경우도 있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지난 2017년 말까지 마켓메이킹을 통한 자전거래(Wash Trading)로 약 1,492억 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았다.

2020년 1심, 2022년 12월 2심 판결 모두 무죄를 받았지만, 이와 같은 사례는 마켓메이킹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쌓게 했다. 두나무 사례 이후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거래소의 직접적 마켓메이킹 행위는 많이 줄었다. 그러나 그 여파로 거래소 내 비인기 알트코인의 유동성 공급이 줄어들면서 개인 투자자가 적절한 가격에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자, 일각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적법한 마켓메이킹이 가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다.

미 나스닥의 경우 규제 방면으로도 세세한 조항을 통해 마켓메이커의 역할을 정의하고 있다. 마켓메이커는 시장 거래가 이뤄지는 시간 동안 매·수매도 호가에 최소 100주 이상의 유동성을 제공해야 하며, 지나친 매매 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형주는 8% 범위 내에서만 주문을 넣는 등 구체적인 조항들로 규제하고 있다.

물론 전통 금융시장과 가상자산시장의 구조적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제어하긴 어렵다. 하지만 유동성 공급 경쟁 관점에서 전통 금융시장과 버금가는 현실적 규제를 구축해 마켓메이커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고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마켓메이킹 관련 규제가 도입된다면, 바이낸스 등 거래량이 많은 글로벌 거래소에서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주문 오류나 매물 호가 붕괴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세 급등락 사태)’ 등 거래 사고들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투자자들이 지금보다 더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마켓메이킹이 긍정적 기능보다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국내 규제기관들도 건전한 가상자산시장 조성을 위해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말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내년 7월 시행 예정)이 그 신호탄으로 꼽힌다. 법안에서 ‘마켓메이커’와 ‘마켓메이킹’이라는 용어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제10조 제2항, 제3항, 제4항을 통해 통정매매, 가장매매, 위장매매에 의한 시세조종행위,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으며, 13조·14조를 통해 금융당국의 법 집행 실효성과 제재 권한을 강화했다.

이번에 통과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통해 마켓메이킹의 어두운 면인 자전거래, 시세 조작행위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지면서, 법적 안정성도 어느 정도 갖춰지게 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관련 구체적 행위 규제를 담은 2단계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단계 입법을 통해 법안에 명시된 가상자산 발행인 요건, 공시 의무, 평가 기준, 불공정 거래 방지에 대한 세부 기준을 세워 건전한 시장 환경 구축에 나선다는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7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금융 시대 변화에 맞춰 규제 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다. 토큰 증권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규율 체계와 가상자산 관련 리스크 완화를 위한 시장질서 규제를 보완하는 ‘2단계 가상자산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연내 ‘가상자산법 하위 규정 및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임을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기존 내부 조직에 있었던 자문단 성격의 가상자산 리스크 협의회를 ‘가상자산 전담 태스크포스(TF)’로 확대 구성해 시세 조종, 불공정 거래, 미공개 정보 악용을 통한 부당 이익 방지 등 내년 시행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관련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만큼, 추후 가상자산 시장 내 마켓메이킹에 대한 세부 규제도 자리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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