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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퇴직연금 OCIO 시장의 발전 과제

사업부 :
대외협력부
작성일 :
2023-06-02 15:00:00


글. 남재우(자본시장연구 연구위원)

 

| 들어가며

증권회사의 OCIO(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 외부위탁운용관리) 시장 참여가 가시적이다. 자산운용사들이 OCIO 전략을 활용한 펀드로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회사들은 점유율 확보를 위해 관련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특히 증권회사는 OCIO 시장에서 잠재적 수요 주체로 기대되는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은행 및 보험과 함께 퇴직연금사업자로 기능하는 증권회사는 퇴직연금의 OCIO 시장 진입에 있어 자산운용회사에 비해 보다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OCIO의 수요와 공급 모두에서 시장이 보다 두터워짐을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건전한 시장 발전의 기제로 연결될 수 있다.

지금까지 학계, 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던 OCIO 시장의 제반 문제점들은 궁극적으로 시장이 두터워짐으로써 자연스럽게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적 확대와 함께 시장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OCIO 운용사의 역할 확대 방안을 모색해 본다.


| OCIO 시장 현황

OCIO는 외부의 자산운용자(Asset Manager)가 자산보유자(Asset Owner)의 자금을 위탁 받아 자산운용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행해주는 전략적 일임위탁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전략적 일임위탁이란 기존의 전통적 위탁방식에 비하여 자산운용에 수반되는 일련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보다 상위의 전략적 의사결정 단계를 일부 또는 전부를 포괄한다는 의미다. 위탁운용에서 전략적 의사결정을 외부의 금융기관에 위임한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운용성과의 대부분은 종목선택(Stock Selection) 같은 자금의 집행이 아닌 전략적자산배분(Strategic Asset Allocation)으로 대표되는 전략적 의사결정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OCIO 역량 강화는 OCIO의 역할 확대를 의미한다. OCIO 체계가 기존 위탁방식과 비교하여 차별화된 경쟁력을 시현하고, 결과적으로 OCIO에 부여된 위탁 목적을 온전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운용 재량이 OCIO에게 위임되는, 이른바 완전위임(Full Discretionary) 구조로 진화하여야 한다. 이는 증권업이 목표로 하는 퇴직연금 OCIO 시장에서 특히 중요하다.

 

 

금융위기와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글로벌 OCIO 시장은 운용규모(AUM) 면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시현하고 있다. 금융기관에 대한 서베이 기반으로 작성되는 OCIO Survey(2022)에 의하면, 글로벌 OCIO 시장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17%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이로 인하여 자산보유자 입장에서 운용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기에 OCIO의 시장 수요는 보다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운용규모로 파악한 시장의 성장세에 비해 시장 참여자인 고객 수의 변화는 일부 부침은 있으나 비교적 고정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최근 5년 간 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OCIO 완전위임 시장에 참여하는 고객의 평균 운용 규모는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대형 기금 및 재단 등에 있어서도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운용 상품의 복잡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운용에 필요한 내부자원 부족의 문제가 심화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OCIO Survey(2022)에 의하면 자산보유자가 OCIO 운용을 채택하는 주된 사유는 내부자원의 한계다. OCIO 제도 도입의 목적을 조사한 2022년 서베이에서 내부자원의 한계를 답한 비중은 56%로 확대되었으며, 수익률 제고(11%)보다는 위험관리 강화(50%) 목적이 크게 증가한 부분이 특징적이다.

글로벌 시장에 비하여 국내 OCIO 시장은 양적으로나 질적인 측면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시장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관 대 기관의 사적계약을 기반으로 하는 일임시장의 특성상 국내 OCIO 시장의 정확한 규모와 구성 현황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해외와 같이 언론사나 연구기관 등의 공신력 있는 시장조사도 부재한 상황이다. 현황 파악이 정확하지 않으니 이에 기반한 향후 시장 전망 역시 모호할 수밖에 없다.

국내 OCIO 시장에 관한 기존 학술연구 또는 언론 보도 등을 보면 100조 원 규모의 시장 현황과 향후 1,000조 원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는 시장 잠재력이 언급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자료나 논리적 근거는 제시되지 않는다. 시장의 공급자인 금융기관 입장에서 OCIO 시장 진출은 상당한 수준의 사업위험(Business Risk)을 수반한다. OCIO 사업은 인력과 조직 측면에서 부담스러운 수준의 고정비용을 발생시키는데 비해 단기간 내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OCIO 시장 진출이라는 경영 판단이 지속적으로 견지되기 위해서는 정교한 시장 통계와 합리적인 전망치가 제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배경 하에 시장의 공급자인 OCIO 운용사의 수탁고를 기준으로 시장조사를 수행한 결과, 2022년 8월말 현재 국내 OCIO 시장의 운용규모는 132조 원 수준으로 추산되었다. 공적기금이 112조 원 규모로 전체 OCIO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으며, 퇴직연금이나 민간기업 같은 시장의 다른 수요 그룹도 20조 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관측된다. OCIO 시장의 후발주자인 증권업의 수탁 규모는 37.6조 원으로, 시장점유율은 28%까지 확대되었다.

자산운용업과 증권업의 역할과 업무 범위가 분리된 우리 금융시장의 특성상 OCIO 위탁운용의 수탁사로서 자산운용회사와 증권회사의 경쟁력에 대한 이견은 있으나, 이에 대한 위탁자의 판단은 아직은 유보적이다. OCIO 위탁운용이 직접적인 펀드의 운용이 아니라 자산배분 개념의 재간접펀드(Fund of Funds)임을 감안하면, 랩(Wrap)의 형태로 일임위탁을 실행해 온 증권회사의 OCIO 운용 역량이 자산운용회사보다 미흡하다고 주장할 근거는 없다. 이는 대형 공적기금의 OCIO 운용사 선정에 앞서 매번 실행되는 관련 연구용역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안이다.


| 퇴직연금 OCIO 시장

OCIO 시장 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었던 증권업의 경우 공적기금 외 다른 시장 수요 그룹에 대한 수탁 규모가 30%에 이르러, 그 비중이 9%에 불과한 자산운용업과 대조를 이룬다. 이는 신규진입이 매우 어려운 대형 공적기금 시장에서 탈피하여 경쟁력 있는 분야의 틈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증권업의 시장 진출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상위 2개 사의 시장점유율로 측정한 과점률 역시 자산운용업의 경우 수탁고 기준으로 94%에 이르는데 비하여 시장의 후발주자인 증권업의 과점률은 79%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보다 경쟁적인 시장 구도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증권업이 강세를 보이는 민간 기업 부문에서 상위 2개 증권사의 시장점유율은 63% 수준으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증권사의 기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민간기업 부문에서 증권업의 시장점유율은 80%로 자산운용업에 비해 절대적인 우위를 보인다. 민간기업 OCIO는 시장에 신규 진입하려는 증권사에 유효한 운용실적(Track Record)을 구축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이를 주요 사업 방향으로 설정하기에는 OCIO의 수요 주체로 민간기업 부문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

 

 

증권업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사내유보금 중심의 민간기업 사업자금보다는 기업이 사외적립하고 있는 퇴직연금 DB 적립금이다.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2022년말 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330조 원 규모로 확대되었다. 매 5년마다 두 배가 되는 성장세다. 퇴직연금 OCIO 시장은 DB형 적립금을 중심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말 현재 DB형 적립금 규모는 171조 원 수준이며, DC 및 IRP 위주의 제도 전환 등을 감안하면 향후 10년 내 최대 400조 원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에서 절반 정도가 OCIO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가정한다면, 최대 200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 OCIO 시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에 비해 근로자의 개별 운용지시를 전제로 하는 DC 적립금의 OCIO 시장 참여는 제한적이다. DC형 퇴직연금에서 OCIO 시장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이다. 최근 도입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은 집합운용DC(Collective DC, 이하 CDC)로서 혼합형 DC 제도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DC형임에도 불구하고 개별 근로자에게 운용지시권이 부여되지 않으며, 기금형 지배구조의 수탁법인으로 지정된 근로복지공단이 근로자의 DC 적립금을 집합(Pooling)하여 운용한다.

자산운용의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근로복지공단은 CDC의 적립금 운용을 위하여 OCIO 제도를 선택했다.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의 성공적 운용이 퇴직연금제도에서 갖는 의미는 지대하다. 복지제도의 일환인 퇴직연금의 사각지대 문제를 가장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이기 때문이다. 제도 일원화와 더불어 CDC 적립금에 대한 OCIO 운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은 규모와 역할 측면에서 향후 국민연금기금과 비교되는 위상을 기대할 수 있다.

퇴직연금은 자산운용업에 비해 증권업이 경쟁우위를 갖는 세부시장임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OCIO 시장에서 증권업의 시장점유율은 아직 전무한 상황이다. 2022년 8월말 현재 2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 DB 적립금이 OCIO 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파악되나, 이는 모두 사모펀드 형식으로 자산운용사의 수탁고로 집계된다. 증권사가 퇴직연금의 OCIO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DB 적립금이 랩이라는 일임상품으로 수탁되어야 하나, 현행 퇴직연금 운용 규제는 적립금의 운용 수단으로 일임위탁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는 사모펀드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DB 적립금의 운용을 위탁 받고 있으나, 이마저도 단독사모 규제를 회피하기 위하여 다소 변칙적인 방법이 동원되는 상황이다. 퇴직연금의 전반적인 운용 규제 완화 기조의 일환으로, 특히 일임위탁 불허와 같은 운용 수단에 대한 직접 규제 완화가 조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 OCIO 시장의 발전 과제

OCIO 시장에서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개선책은 OCIO의 의사결정 범위 또는 위임되는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다. 투자 실행의 역할만으로는 기존의 전통적 위탁방식과 차별되는 OCIO 본연의 경쟁력을 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략적자산배분(SAA)을 포함한 상위 의사결정 단계로 위임의 범위를 확대하는 위탁체계를 완전위임 OCIO라 한다. 국내 OCIO 시장의 수요자가 관례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부분위임이 갖는 운용의 비효율성과 이로 인한 시장 왜곡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완전위임 방식의 OCIO 운용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특히 DB형 퇴직연금과 같이 부채가 확정되어 있는 적립방식 연금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완전위임 방식의 OCIO 체계가 주효하다. 퇴직연금 OCIO 시장은 완전위임에 의한 효율적인 ALM 운용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기업의 선택에 앞서 이에 대한 OCIO 운용사의 역량 강화가 선제되어야 한다.

OCIO 제도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지 20년을 넘고 있다.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위탁운용의 경험이 많지 않으며 자산운용에 대한 투자 신뢰가 높지 않은 우리 금융 환경에서 초기 OCIO 제도는 자금의 수탁자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설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부 기관이라 할 수 있는 공적기금이 거대 자금을 민간 운용사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수탁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 부족은 짧은 선정 및 평가 주기와 낮은 보수체계, 과도한 전담운용 같이 수탁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였다.

오늘날 시장의 일반적 관례로 굳어버린 이러한 관리체계는 ‘전략적이고 총괄적인 일임위탁’이라는 OCIO 제도 본연의 경쟁우위와 부합하지 않으며, 현재까지도 OCIO의 운용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장애요인으로 남아 있다. 본고에서 강조하는 완전위임체계는 수탁자인 금융회사에 대한 위탁자의 신뢰를 전제로 한다. 불신을 전제로 설계된 위탁체계의 운용 효율성은 낮을 수밖에 없음을 유념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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