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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N뉴스] 프로그램가능화폐 어떻게 작동하나?

사업부 :
대외협력부
작성일 :
2023-05-22 15:00:00


글. 이명활(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미래 화폐는 스테이블코인과 CBDC로 재편

2009년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이 도입되면서 기존 현금 및 예금통화를 대체할 디지털 형태의 새로운 화폐 시대가 열리는 듯하였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고정되어 있는 공급량 등에 따른 높은 가격 변동성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비(非)법정화폐라는 특성에서 비롯된 공신력 결여로 범용성을 가진 화폐로 기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후에도 다양한 암호화폐(Crypto-currency)가 개발되고 향후 화폐로 통용될 가능성 여부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었으나, 대체로 암호화폐가 화폐라기보다는 교환의 매개수단 기능을 일부 제한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암호자산 혹은 디지털 자산이라는 결론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기존 암호화폐의 단점인 높은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면서 동시에 암호화폐의 장점인 혁신성과 여타 암호자산과의 거래 편리성 등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이 개발되고, 아울러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대한 연구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경제 및 금융의 각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다시 광범위하게 확산 및 진전되는 가운데, 특히 디지털 지급결제 수단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화폐의 디지털화에 대한 관심도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다. 현재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화폐 후보가 대두되고 있다. 실생활에서 사용될 미래의 디지털화폐는 법정화폐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민간발행 준(準)화폐인 법정화폐담보형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재편·발전될 전망이다.

 

 

기존 전자화폐가 주로 발행기관에 집중화된 원장에 기반한 계정형 형태를 취하는 반면, 디지털화폐는 일반적으로 블록체인과 같은 분산원장에 기반을 둔 토큰형 형태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디지털화폐를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프로그램 기능이 내재화된 프로그램가능화폐(Programmable Money) 여부다. 여기에서는 프로그램가능화폐의 개념과 전자화폐와의 차이점 및 프로그램가능화폐의 활용 사례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울러 향후 프로그램가능화폐의 도입 및 발전 전망과 시사점도 도출해 본다.

 

 


| 프로그램가능화폐의 등장

프로그램가능화폐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에 사전에 합의된 스마트계약을 프로그램화해서 조건이 충족되면 계약대로 자동 실행되는 기능을 갖춘 디지털화폐를 말한다. 가령 주문한 상품이 도착하면 디지털화폐가 자동으로 판매자에 송금돼 지급결제가 완료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프로그램가능화폐의 기능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전자화폐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다. 다만 이와 같은 기능을 은행 등 제3자인 중개기관을 통해 의뢰할 때만 이용 가능했지만, 프로그램가능화폐는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스마트계약을 탑재할 수 있는 P2P 방식으로 직접 실시간 송금하는 것이 가능해져 거래의 효율성이 제고된다는 점이 다르다.

프로그램가능화폐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거래를 할 때 중개기관 없이 당사자 간 직접 청산 및 결제가 이루어지는 원자적 정산기능(Atomic Settlement)과 거래조건을 사전에 프로그래밍해서 조건을 충족할 때 이를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스마트기능 수행이 가능해야 한다. 비트코인의 등장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P2P 방식을 통해 원자적 정산기능이 가능해졌고, 이후 스마트 기능을 탑재할 수 있는 이더리움 플랫폼이 출현하면서 암호화폐 중 화폐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은 스테이블코인 등이 향후 프로그램가능화폐의 유력한 후보로 자연스럽게 부상하게 되었다.

 

| 프로그램가능화폐의 작동 메카니즘

전자화폐의 경우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서 발행기관에 집중화된 원장이나 데이터베이스와는 별도로 사용자에게 부가 기능을 선택할 수 있는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이를 이용해서 ‘주문상품 도착’ 시 대금결제라는 특정 서비스를 요청하면 이를 반영, 지급 및 결제 서비스를 완결하고 집중화된 원장에 최종 반영하는 방식을 채택해왔다. 즉 집중화된 원장과 API가 분리된 체제로, 전자화폐 발행기관 혹은 중개기관이 사용자 요청을 받아 이를 중간에서 연결하여 거래가 완결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와 달리 디지털화폐의 경우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시스템에서 분산화된 원장 내 스마트계약 기능을 탑재할 수 있어, 제3자인 중개기관 없이도 사용자가 지정한 조건에 따라 거래 당사자 간 지급결제가 이루어지고 분산화된 원장 내에 그 내용이 동시에 기록·보관되는 프로그램가능화폐 기능이 수행되는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즉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 내 스마트계약이 내재화되어 원장과 일체화되어 있어, 전자화폐의 경우와는 달리 중개기관 없이도 거래 당사자 간 직접 P2P 거래가 가능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존 전자화폐와 프로그램가능화폐를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원장 데이터베이스와 스마트계약이 분리되지 않고 통합되어 있는 시스템 인지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고 범용성을 가진 화폐로 통용되면서 향후 프로그램가능화폐의 기능을 수행할 디지털화폐의 유력한 후보로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와 민간이 발행하는 준화폐적 스테이블코인을 들 수 있다. CBDC는 법정화폐로서 중앙은행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블록체인에 기반한 디지털화폐로 발행될 경우 프로그램가능화폐 기능을 수행하는데 적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준화폐적 스테이블코인의 경우도 주요국에서 은행 등 예금수취 금융기관과 전자화폐 발행기관 등을 중심으로 발행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 체계가 구축되는 추세여서 향후 민간 발행 프로그램가능화폐로 자리 잡을 것이다. 반면 여타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화폐로서의 범용성을 갖추지 못했거나 주요국 규제당국으로부터 발행 승인을 얻기 쉽지 않아 실생활에서 프로그램가능화폐로 기능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 프로그램가능화폐의 활용

가장 대표적인 활용 가능 사례로 에스크로(Escrow) 기능을 들 수 있다.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자금의 출금, 입금이 되는 에스크로 기능은 현재, 거래를 할 때마다 제3자 중개기관에 의뢰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가능화폐를 이용하게 되면 자금의 출금, 입금이 이루어지기 위한 스마트계약을 설정만 해두면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P2P 방식으로 해당 기능을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다.

또 다른 활용 가능 사례로는 지역화폐 발행이 있다. 프로그램가능화폐를 이용하면 일정 행정구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지역화폐 발행이 가능하다. 기존의 지역화폐는 엄밀한 의미에서 화폐라기 보다는 일회성에 그치는 선불·충전카드 또는 지급결제 수단과 같다. 그러나 프로그램가능화폐를 이용하게 되면 일정 행정구역 내에서 지속적으로 유통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지역화폐 기능하게 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 포용 차원에서 보조금 지급의 효율성도 높이고, 사용처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일정 전제조건에서 다자간 입출금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다자간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일정 조건을 설정하면 이를 충족하는 다수의 보조금 수취인에게 동시에 자동으로 보조금을 입금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일정 사용처에서만 사용하도록 스마트계약을 설정하면 보조금 지급 목적에만 쓰이도록 제어도 할 수 있다.

이밖에 프로그램가능화폐는 정부가 효율적으로 세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령 프로그램가능화폐를 사용하게 되면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를 상거래 단계에서 실시간으로 자동 납부할 수 있다. 현재 부가가치세는 상거래 시 상품 및 서비스 판매자들이 대리 징수하여 추후 일괄 납부하는 방식이나, 프로그램가능화폐를 이용하면 대금 납부 시 상품 가격은 판매자에게, 간접세는 정부에게 직접 송금되도록 해 탈세를 예방하는 등 세금 징수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 향후 전망

프로그램가능화폐가 실생활에 도입되면 디지털 지급결제의 편의성과 효율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앞서 언급한 프로그램가능화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후보 중 하나인 CBDC는 많은 국가에서 연구 및 실험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도입·사용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CBDC의 기본 발행 및 유통 체제 구축과 기술적 안정성 점검 등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 앞으로는 이 같은 1세대 CBDC에서 더 나아가 프로그램가능화폐로 구현 가능하도록 스마트계약 기능을 탑재한 CBDC 2.0에 대한 실험,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다만, 주요 선진국에서는 민간의 디지털 결제 수단이 발달해 있어 법정 디지털화폐의 도입이 시급하지 않고, 국경 간 거래 이슈 등으로 CBDC가 글로벌 차원에서 본격 도입·통용되기까지 상당한 기일이 소요될 것이다. 반면 민간이 발행하는 준화폐적 스테이블코인은 도입이 허용되면 빠른 시일 내 실제 프로그램가능화폐로 발행, 유통은 가능할 것이다. 최근 주요국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화폐처럼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준화폐적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예금 취급기관이나 전자화폐 발행기관 혹은 자금이체업자 등 인가 받은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발행을 허용하는 규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일본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규제 법안 마련이 완료되어 늦어도 2024년부터 준화폐적 스테이블코인을 실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준화폐적 스테이블코인은 P2P 특징과 스마트계약 기능을 탑재한 프로그램 가능 디지털화폐로서 보다 진일보한 혁신적인 기능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민간 지급결제서비스사업자(PSP: Payment Service Provider)가 프로그램가능화폐에 다양하고 혁신적인 부가 기능을 접목시켜 새로운 디지털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면 디지털 지급결제 생태계에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BIS 등을 중심으로 한 논의에서는 법정화폐와 이를 근간으로 창출되는 은행예금으로 구성되는 기존 이중통화시스템(Dual Monetary System)과 유사하게 CBDC는 디지털 법정화폐로서 디지털 통화시스템의 준거 역할을 담당하고 이를 토대로 발행되는 토큰화된 예금(Tokenized Deposit) 혹은 예금토큰(Deposit Token)이 주요 디지털화폐 혹은 디지털 지급결제수단의 역할을 담당하는 디지털 이중통화시스템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민간 은행 중심으로 은행예금을 토큰화한 준화폐적 스테이블코인 혹은 예금토큰 발행과 이를 이용한 민간 PSP의 혁신적인 디지털 지급결제수단 개발 및 새로운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위한 실험이 진행 중에 있다.

 

 

참고로 지난 3월 개최된 ‘BIS Innovation Summit’에서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CBDC에도 필요시 프로그램 가능 기능을 부여하되, 민간 디지털화폐인 예금토큰이 프로그램가능화폐로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민간의 디지털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폐의 설계 및 도입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유럽중앙은행(ECB: European Central Bank)의 라가르드(Largarde) 총재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에 프로그램 가능 기능을 부여하기보다는 은행이 발행하는 예금토큰과 같은 민간 디지털화폐가 주로 프로그램가능화폐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등 민간 부문이 디지털 혁신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였다.

싱가포르 통화청(MAS: 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의 메논(Menon) 총재는 현금과 토큰 형태의 CBDC를 구분하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프로그램 가능 여부이며 그런 점에서 중앙은행이 CBDC 사용자에게도 프로그램 가능 선택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아울러 일례로 예금토큰이 프로그램가능화폐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되, CBDC의 경우에는 정부가 프로그램 가능 기능을 통해 생필품 구입을 위한 보조금을 CBDC로 지급하고 사용처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등 주로 금융포용 및 공익적 차원에서 CBDC에 프로그램 기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최근 글로벌 논의 내용 및 규제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향후 도래할 프로그램가능화폐 시대에 대비해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 또는 예금토큰 같은 디지털화폐 발행 등의 규제 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새롭게 형성될 디지털 지급결제 생태계에서 경쟁력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혁신적인 결제 서비스 및 기술 개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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