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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콤리포트] 2023년 글로벌 핀테크 산업 동향과 2024년 전망

사업부 :
대외협력부
작성일 :
2023-12-29 19:15:15

글. 황원정(국제금융센터 글로벌은행부 책임연구원)


2010년대에 등장해 전통 금융업 판세를 뒤흔들며 IT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던 글로벌 핀테크 업체들이 올 한 해 시련의 계절을 맞았다. 고금리와 성장 한계에 따른 투자 감소, 기존 금융회사들의 역습 등에 연쇄 타격을 받으며 기업 가치가 곤두박질치는 중이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투자 유치 규모가 2021년 기준 13억 달러였던 국내 핀테크 산업은 올 들어 투자가 40~50% 넘게 감소했다.

한편 최근 들어 글로벌 인터넷 전문은행 및 핀테크 기업 등 디지털 금융기관들이 이전의 부진에서 회복하는 중이다. 글로벌 디지털 금융기관들의 성장요인과 내년도 관련 산업 전망을 짚어본다.


2023년 글로벌 핀테크 산업, 자금조달 부진 속 매출 확대

2023년은 글로벌 은행산업의 격변기였다.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대 규모의 은행 실패로 여겨지는 실리콘밸리뱅크(Silicon Valley Bank)를 시작으로 많은 은행들이 폐쇄되거나 타 은행에 인수되었다. 취약 은행뿐 아니라 도이치방크(Deutsche Bank)처럼 재무상태가 상대적으로 건전한 은행들도 은행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되면서 주가 및 CDS 프리미엄이 급변하는 고초를 겪었다. 이처럼 전통은행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와중에 해외 디지털 금융기관들은 수익이 흑자로 전환하는 등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3년 글로벌 핀테크 업체들의 자금 조달 규모는 3분기까지 총 305억 달러로 전년 동기 672억 달러 대비 55% 감소했으며, 거래 건수도 4,749건에서 2,849건으로 40% 줄어들었다. 반면 전세계 핀테크(네오뱅킹) 산업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며 2022년 3.3조 달러에서 2023년 말 4.7조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스탈링뱅크(Starling Bank)에 이어 올해 몬조(Monzo), 아톰뱅크(Atom Bank) 등 많은 인터넷은행 및 핀테크들이 설립 이래 최초로 월간 및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네오뱅크 데이브(Dave)는 2023년 2분기 순손실 규모가 전년동기 대비 16.6% 축소되고 2024년에는 순이익 달성이 기대되고 있다.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에서도 추세는 비슷했다. 인도(미국 및 영국에 이어 핀테크 생태계가 세번째로 큰 국가)의 핀테크 대출 스타트업 트루(True)는 연간 영업 매출이 2022년 3월 기준 24.4억 루피에서 2023년 3월 기준 43.1억 루피로 1.8배 확대되었으며, 순이익은 17배 급증했다. 인도의 디지털 금융기관들은 결제승인기술, 개인 소액대출 및 BNPL(Buy Now/Pay Later) 등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신용카드, 자산관리 부문에서도 입지를 확대 중이다.

한편 브라질의 인터넷은행들도 정부의 핀테크 육성 정책 등에 힘입어 관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누뱅크(Nubank)의 경우 브라질 고객 수가 2022년 3분기 6,480만 명(브라질 전체 금융기관 중 5위)에서 2023년 2분기 7,940만 명으로 확대되면서 방코드브라질(Banco de Brasil)을 제치고 4위에 등극했으며, 당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60% 증가한 19억 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핀테크 약진 배경 넷

첫째로 디지털 뱅킹 수요의 확대를 들 수 있다. 디지털 뱅킹 수요의 확대는 팬데믹, MZ세대 유입에 따른 고객의 디지털 선호 강화 및 금융소외계층의 디지털 대출 수요 확대 등에 기인한다. 우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세계적으로 전자상거래 및 디지털 결제가 크게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2019년 이후 결제수단 중에서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디지털·모바일 월렛 등 핀테크 주도의 솔루션 비중은 늘었다.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는 전통적 결제수단보다 디지털 월렛을 더 자주 사용한다고 답했다. 신흥국에서도 팬데믹으로 이동이 제한되고 지폐 등 물리적 결제수단이 비위생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비대면·비접촉 결제가 활성화되었다. 한편 유럽 소비자들은 생계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접근성이 좋고 비용이 저렴한 디지털 재무관리에 관심을 보였다.

다음으로 MZ 세대 유입으로 고객들의 디지털 선호가 강화됐다. 디지털 금융기관은 전통 금융기관에 비해 MZ 소비자들이 원하는 일체형 금융서비스를 수월하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객 확보에 유리한 측면이 존재한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Insider Intelligence) 조사에 따르면, 미국 MZ세대의 1/3 이상이 디지털 은행 및 핀테크를 주된 계좌제공 업체로 인식하고 있으며, Z세대의 56%는 은행을 선택할 때 모바일 뱅킹의 편리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결과는 유사했다. 18~34세 고객들의 경우, 은행 선택 시 지점의 지리적 근접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비율이 21% 수준으로 그다지 높지 않았다.

전통 은행권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가계 및 중소기업들의 디지털 대출 수요도 확대됐다. 디지털 금융기관들이 금융 이력이 부족한(Thin-file) 고객들에게 상대적으로 쉽게 대출을 해줄 수 있는 것은 대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 및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핀테크 렌도(Lenddo)EFL은 고객의 소셜 미디어 기록이나 심리 테스트 등 비재무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해 금융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월드뱅크(World Bank) 데이터를 살펴보면 2022년 전세계 금융소외계층(Unbanked)은 성인 기준 약 14억 명으로 대부분 신흥국에 집중되어 있지만 선진국도 잠재적 수요는 상당하다. 인구 대비 은행계좌 보유 비율은 높은 편이지만 대출 등 그 외 금융서비스에 접근이 불가능한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둘째는 전통 은행권 신뢰 하락이다. 연초 발생한 미국 은행산업 불안으로 전통은행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하락하면서 일부 디지털 금융기관들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도 글로벌 핀테크 약진의 한 원인이다. 특히 불안의 중심이었던 미국 지역은행은 고객 평판이 하락한 반면, 인터넷은행의 평판은 상대적으로 견조하게 유지되었다. 전통 및 디지털 은행에 대한 고객 신뢰도 차이는 신규 당좌예금 계좌 개설에서도 드러났다.

미국의 신규 당좌예금 계좌 개설에서 인터넷은행 및 핀테크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상반기 47%로 2020년 대비 11%p 증가한 반면, 대형 및 지역은행은 각각 7%p 및 6%p씩 감소했다. 2020년 이후 신규 계좌개설 비중이 가장 크게 확대된 기관은 인터넷은행 SoFi(1%→4%)다. SoFi(소피)는 3월 은행 불안의 여파를 피하며 예금이 급증(2023년 2분기 127억 달러, 전년말 대비 +73%)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2023년 영국의 은행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몬조, 스탈링뱅크 및 퍼스트 다이렉트(First Direct) 등 지점 네트워크가 없는 인터넷 전문은행들이 1~3위를 석권했으며 대형 상업은행 TSB 및 RBS는 최하위권 차지했다. 디지털 금융기관들의 수익 개선에는 우호적인 외부 환경(디지털 뱅킹 수요 확대, 전통은행 신뢰 하락) 형성 외에 기관 자체의 내부적인 노력(수익처 다변화 및 비용 절감)도 영향을 미쳤다.

셋째는 매출 확대를 위한 수익처 다변화다. 우선 매출 측면에서 보면, 디지털 금융기관들이 출시한 유료 패키지의 구독자 수 및 구독료 수입이 증가했다. 2015년에 설립한 몬조는 대출 및 구독 등에서 수입이 확대되면서 설립 이래 최초로 월 흑자(2023년 1~2월)를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연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고객은 몬조의 기본 계좌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구독료(Monzo Plus 월 5유로, Premium 월 15유로)를 내면 해외 인출 서비스, 휴대폰 및 여행자 보험 등 추가 서비스들을 차등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팬데믹 이후 전자상거래의 주요 결제수단 중 하나로 정착한 BNPL 서비스 업체들도 수익원을 다각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BNPL 업체들은 무이자 할부(대출)에 대한 구독료를 부과함으로써 기존 가맹점 수수료에만 의존(매출의 3~6%)하던 수익 구조에 변화를 주고 있다. 해당 업계의 선두인 클라나(Klarna)는 무이자 할부 서비스(Pay in 4; 6주 동안 4회에 걸쳐 상환하는 방식으로 대표적인 BNPL 서비스)를 월 4.99달러에 제공하고 있다.

넷째는 신기술 활용한 비용 절감이다. 디지털 금융기관들의 수익 개선은 매출 확대뿐 아니라 비용 절감에 성공한 곳에서 특히 뚜렷했다. 디지털 금융기관은 전통은행에 비해 신기술 도입에 수용적인 기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술 기반의 비용 절감을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영국의 인터넷 전문은행인 아톰뱅크(Atom Bank)는 자산 가격을 자동으로 책정하는 모델을 도입해 모기지 대출 심사에 활용하는 등 높은 수준의 자동화 체계를 구축해온 가운데 2023년 은행 최초로 연간 운영이익 흑자를 기록(2023년 420만 유로 vs 2022년 200만 유로 손실)했다.

아톰뱅크는 이러한 성과의 핵심 요인으로 “최소 비용이 승리(Lowest cost wins)”한다는 신조를 지목했다. 한편 BNPL 업체 클라나는 AI 기술 활용 등을 통해 영업비용을 연간 24% 감축하며 2023년 상반기 손실 축소(2022년 상반기 대비 -67%) 및 2020년 8월 이후 최초 월간 흑자를 기록했다. 클라나는  대고객 서비스에 AI 기술을 적용해 가맹점 및 고객 간 분쟁 해결에 소요되는 시간을 약 6만 시간 절약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Zip, 클리어페이(Clearpay) 등 비용절감 전략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다른 BNPL 업체들은 유럽 시장에서의 수익 부진을 면치 못하고 철수를 단행했다.


금융회사의 핀테크 제휴 등 디지털 활용 추진 강화

핀테크는 기존 금융회사들의 경쟁 상대이기도 하지만 제휴업체로서 금융회사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난 몇 년간 핀테크 제휴는 글로벌 은행권의 핵심 목표 중 하나였다. 코너스톤 어드바이저(Cornerstone Advisors) 연구를 살펴보면, 핀테크와의 제휴가 2023년 사업 전략에 중요하다고 응답한 은행들은 70%(2022년 66%)에 달한다.

은행-핀테크 제휴 영역은 디지털 결제부터 디지털 자산 수탁서비스까지 다양하다. 예를 들어 JP모건은 2023년 9월 핀테크 구스토(Gusto)와 협력해 소기업 고객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급여 처리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 비은행금융회사들도 핀테크와 협력해 디지털 기술 활용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최종 투자자들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몬조 등 핀테크의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들이 운용 펀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2024년 디지털 금융, 무한경쟁과 협력의 장

2024년에도 네오뱅크 등 핀테크의 약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새로운 플레이어의 시장 진입도 예상되는 가운데, 고금리 등으로 인한 비용 상승 압력과 자산건전성 악화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흑자 달성 및 지속의 관건으로 보인다. 12월 초 독일의 네오브로커 트레이드 리퍼블릭(Trade Republic)은 ECB로부터 풀뱅킹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국내에서는 삼쩜삼뱅크·소소뱅크 등 일부 핀테크들이 제4인터넷 전문은행 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디지털 금융기관 간 경쟁뿐 아니라 전통 금융기관 및 빅테크의 디지털 금융시장 진출이 가속되면서 3자간 경쟁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즈의 자매지 시프티드(Sifted)의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 내 뱅킹 앱 다운로드 건수는 누적 기준으로 네오뱅크 리볼트(Revolut)가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최근 전통 은행들이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예를 들어 JP모건의 영국 내 디지털 소매은행 브랜드 체이스(Chase)는 2021년(출시)부터 2022년까지 앱 다운로드 건수가 1,753% 급증하며 증가율 기준 1위를 기록했다. JP모건은 영국 내 성과에 힘입어 독일 등 다른 유럽 지역으로도 Chase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발표(2023년 7월)했다.

빅테크의 경우, 디지털 결제 시장 진입이 눈에 띈다. 애플페이는 아이폰 이용자들을 기반으로 디지털 결제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2014년 10월 첫 출시되어 현재 76개국에서 서비스되는 중이다. 매출은 2019~2021년 연간 약 10억 달러에서 2022년 19억 달러로 2배 늘었으며, 사용자 수는 2016년 6,700만 명에서 2022년 5.3억 명까지 8배 가까이 늘었다.

물론 디지털 금융시장에서는 경쟁뿐 아니라 투자·협력도 확대될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은 11월 자사 펀드(Capital G)를 통해 몬조에 3~5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국내에서도 2024년 주택담보대출 대환대출 시행을 앞두고, 하나은행과 뱅크샐러드의 제휴 사례와 같은 은행-핀테크 협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디지털 금융의 부상은 금융 포용 확대, 효율성 및 소비자 효용 제고 등 긍정적 효과가 많지만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특히 가상자산이나 인공지능 등, 관련 규제가 없거나 미흡한 신기술의 무분별한 도입은 금융 시스템이나 소비자 보호 등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금융과 비금융 간 경계가 흐려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 규제 당국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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