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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콤리포트] 금융 산업의 BTS를 기다리며

사업부 :
대외협력부
작성일 :
2023-02-23 15:00:00


글. 유병연(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올해는 ‘아시아 금융 허브’라는 비전이 20년을 맞은 해다. 아시아 금융 허브는 2003년 국정과제 회의에서 처음으로 제시된 후 2020년까지 홍콩·싱가포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발전한다는 로드맵까지 나왔다. 하지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내놓은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의 금융 경쟁력은 세계 주요 60여 개국 중 23위에 머물러 있다. 금융 허브의 꿈은 이렇게 멀어져 가는 걸까?

급변하는 금융허브 판

때마침 세계 금융 주도권 싸움의 판이 바뀌고 있다. 핀테크로 대변되는 디지털 금융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미래 금융의 주력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디지털 금융 시장 규모는 2025년에 460조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각국이 ‘디지털 금융 허브’ 구축에 사활을 걸고 나선 이유다. 뉴욕과 실리콘밸리가 앞서가는 가운데 런던이 맹추격하는 형국이다. 우리 경쟁 상대인 홍콩과 싱가포르도 국가 차원의 총력전을 펴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제공되는 핀테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금융 허브 전쟁이야말로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이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다.

이런 가운데 제5,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나온 안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지난해 12월 20일에 열린 제5차 회의에서는 ①핀테크 기업 지원 활성화 방안 ②기업금융 데이터 인프라 개선 방안 ③금융보안 규제 선진화 방안이 안건에 올랐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복합 위기에 성장세가 주춤한 핀테크 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기업 데이터 인프라를 확충하는 동시에 금융보안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이 망라됐다. 모두 디지털 금융허브로 가기 위해 필수적인 솔루션들이다.

그리고 지난 1월 19일에 열린 제6차 회의에서는 ①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②토큰증권의 발행(STO)‧유통 규율 체계 마련에 대한 안건을 심의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디지털 전환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분산원장 기술과 토큰증권 발행‧유통 수요를 제도적으로 포용할 필요가 높아진 것이 그 배경이다. 분야별 최신 주요 안건부터 들여다보자.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의 폐지

최근 주목할 내용 중 하나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가 있다.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 주요 안건 중 하나로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방안’이 심의·의결됐다. 금융위는 그 동안 네 차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세미나’를 열어 글로벌 투자자들의 국내 자본시장 투자 걸림돌 제거를 위한 국내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를 비롯해 통합계좌 활성화, 장외거래 편의성 증대, 영문공시 단계 확대 등의 방안이 제기되었다.

약 30년 간 이어져 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의 폐지는 국내 자본시장의 국제 정합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꾸준히 지적과 함께 해외에 없는 과도한 규제라는 평가 속에서 결정되었다. 이에 금융위는 사전 등록절차 없이 외국인이 국내 상장증권에 투자할 수 있게 하고, 법인은 LEI(법인식별번호), 개인은 여권번호만으로도 계좌개설을 가능케 했다. 실시간으로 행해졌던 거래내역 모니터링은 사후 수집 방식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올 상반기 중 관련 법과 규정을 개정하고, 연내 해당 제도를 폐지할 방침이다.




핀테크 기업 지원 활성화 방안

핀테크 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핀테크 혁신펀드를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모험자본의 투자가 주춤해지는 상황에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인 KPMG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핀테크 투자 금액은 약 1,078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무려 52.4%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입 비용이 큰 데다 서비스 출시까지 장기간 시간이 소요되는 핀테크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음은 두말 나위 없다.

국내 핀테크 업계 조사 결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 필요 사항으로 ‘기술 개발·이전을 위한 자금 지원’이 64.8%를 차지할 정도니 투자 혹한기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혁신펀드 확충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다름 아니지만, 위기 상황에 마중물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핀테크지원센터, 핀테크산업협회,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핀테크 기업 지원 관계기관으로 ‘핀테크 지원협의체’를 구성해 통합지원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에서도 정부의 의지가 읽힌다. 핀테크 스타트업에 창업·경영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사업 과정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상담 역량을 확충하는 등 성장 단계별 맞춤형 컨설팅 제공 시스템을 구축에 나서는 것은 질적 지원의 내실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핀테크 일자리 매칭과 인턴십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초기 창업 기업에 인력을 우선 배정한다는 계획도 잘만 운영하면 실용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핀테크 허브’로 도약하려면 해외 진출이 필수다. 하지만 국내 핀테크 기업 중 해외 진출 경험이 있는 기업은 12.7%에 그치고 있다. 한국핀테크지원센터 조사 결과, 해외 진출 걸림돌로 업체들은 해외 시장 정보 부족(46.9%), 현지 규제·정책 진입장벽(37.5%) 등을 꼽았다. 우물 안 개구리로 남아선 곤란하다. 내수 시장이 제한적인 점을 감안할 때 해외 시장 개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는 아세안 국가를 첫 번째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이어 남아시아, 신북방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핀테크 기업의 효과적인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 정보 제공부터 해외 진출 거점 지원까지 단계적으로 체계를 갖춰 나가기로 했다. 권역별 핀테크 관련 시장 규모, 파트너 후보, 경쟁사 등을 조사해 유망 핀테크 서비스 진출 전략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기술이나 지원 역량을 보유한 현지 기업·기관과 파트너십을 확보해 공동으로 핀테크 서비스를 현지화 하겠다는 복안도 세워놓고 있다.




기업금융 데이터 인프라 개선 방안

기업금융 데이터 인프라 확충도 핵심 정책 과제다. 금융 소비자를 위한 마이데이터 제도를 안착시켰다는 자신감이 그 기반에 있다. 중소·소상공인, 신산업 분야 등 데이터 사각지대 분야의 기업금융 데이터 인프라를 확충해 원활한 기업금융 공급과 리스크 관리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개인사업자의 마이데이터(‘내 손 안의 경리’) 도입이다. 현재 개인은 금융 마이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다양한 금융·공공 정보를 신속하고 편리하게 통합 조회하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앞으로 개인사업자도 자신의 금융·상거래·공공 정보 등을 손쉽게 수집·관리하고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서비스가 도입되면 개인사업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금융회사, 공공기관 등에 제출해 기업신용도 제고, 정책금융 신청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검토’라는 꼬리표가 달린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개인사업자가 직접 금융회사·전자상거래 기업 등 정보보유자에게 데이터를 요구하기 곤란하고, 데이터를 확보해도 인력·예산 등의 제약으로 이를 경영 관리나 금융거래 조건 개선 등에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탓이다.




금융보안 규제 선진화 방안

금융 분야에서 클라우드·빅데이터·AI 등 디지털 신기술 활용이 확대됨에 따라 금융보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기술 도입에 따른 보안 취약점을 이용한 랜섬웨어, 디도스(DDoS) 공격 등 사이버 위협의 유형도 다변화하는 추세다. 급변하는 IT 환경을 신속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경직적인 규정 탓에 새로운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곤란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의 권한을 확대하고, 중요 보안 사항의 이사회 보고를 의무화해 금융회사 등이 전사적 차원에서 보안을 준수하고, 자율 보안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규율 체계를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보안 리스크를 스스로 분석·평가하고, 리스크에 맞춰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리스크 기반의 자율 보안 체계로 전환을 추진한다. 금융회사 등이 자율 보안 체계를 구축하지 않거나, 보안 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에 따른 사후 책임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방향은 바로 잡았지만

정부의 지원 방안은 전반적으로 방향을 잘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지원으로 이어지려면 풀어가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먼저 핀테크 기업 지원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 한국 성장금융이 제공하는 핀테크 혁신펀드를 확충한다고 해도 이는 마중물 역할에 그친다. 결국은 민간 자본 유입이 관건이다. 민간 모험자본의 유입을 확대할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를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모험자본이 과감하게 들어오지 못하는 배경에는 투자기관의 핀테크에 대한 이해 부족도 있다. 국내 유니콘 기업 23개사 중 핀테크 분야 기업은 3개(13%, 가상자산 관련 2개사 포함)뿐이다. 세계적으로 유니콘 1,168개사 중 핀테크 분야가 21%(244개사)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비해 비중이 낮다. 이런 배경에도 국내 투자기관의 핀테크에 대한 낮은 이해가 깔려 있다.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핀테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핀테크 분야에 관심 있는 투자기관 정보를 업체에 제공한다면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민관 협력이 관건이다. 한국성장금융이나 핀테크지원센터는 공적 기관인 만큼 시장의 실상을 파악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실효성 있는 곳에 자금과 지원을 투입하려면 각종 관련 사업에 민간 자문위원을 대거 포함시켜야 한다.

기업금융 데이터 인프라 개선 방안은 개인금융을 필두로 진행돼온 데이터 인프라 활성화 정책을 기업금융으로 확산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신용평가업의 문턱을 낮추는 등 인프라 개혁도 중요하지만 평가모형을 고도화하는 소프트웨어 측면의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는 금융 정보 관리가 어려운 개인사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률상 개인과 사업자 정보가 구분되어 있는 점과 관련 라이센스 신설 등 법률 개정 필요성 등의 걸림돌이 있지만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 진행이 필요할 것이다.

급변하는 IT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금융보안 규제 마련도 의미가 있다. 비효율적인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보다 혁신적이고 자율적인 보안 체계를 갖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금융보안 분야의 자율적인 사항이 사실상 법적 규제처럼 작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금융허브’ 마지막 골든타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7월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금융 산업에서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전통적인 금융 산업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를 만드는 것은 이상적인 꿈으로 결론 나고 있다. ‘아시아 금융허브’를 향한 지난 20년간의 여정이 이를 방증한다. 그 배경에는 혁신이 부재한 국내 금융 산업의 낙후된 경쟁력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언어적·물리적 환경의 한계도 깔려 있다.

이런 가운데 핀테크 산업은 절호의 기회다. 핀테크는 기존 금융 서비스의 틀은 물론 언어적·물리적 한계까지 깨고 있다. IT 강국인 한국이야말로 핀테크 금융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가장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조선 등의 분야에서 세계 1등 상품을 보유하고, BTS를 비롯한 K팝과 K드라마가 세계 시장을 석권한 마당에 핀테크 분야에서 세계 1등을 차지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민관이 원팀으로 일사불란하게 협력하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특유의 혁신 DNA를 핀테크 분야에 접목하고, 정부가 가교와 촉매 역할만 잘 해준다면 ‘핀테크 허브’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세계가 핀테크 금융 허브가 되기 위해 총력전을 펴는 지금이야말로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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