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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시장 IT의 현실과 혁신 방향

구분 :
핀테크,
사업부 :
대외협력부
작성일 :
2016-10-19 17:30:01

한국 자본시장 IT의 현실과 혁신 방향

 

한국 자본시장 IT는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 있나. 한국의 자본시장 IT 기술 역량의 현 수준을 짚어보고 미래를 위해 확보해야 할 기술 요소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글 박수용 글로벌핀테크연구원 원장 사진 김기남 기자


 

우리는 지금 디지털 기술이 새로운 혁신과 성장, 가치 창출의 중심이 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와 경제 구조가 만들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중 금융 분야의 디지털 혁명을 의미하는 ‘핀테크’는 금융의 혁신과 새로운 가치 창출을 이끌고 있다.

핀테크는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글로벌 IT 기업들이 새롭게 세계무대의 중심에 서는 지금, 침체에 빠진 국내 산업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줄 비즈니스 모델이다. 핀테크 산업은 모바일 결제 규모의 성장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으며 전 세계 핀테크 투자 규모는 지난 5년간(2010~2015년) 3배 이상 성장했다. 미국, 영국, 중국 등에서는 기존 금융 회사들이 주도적으로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으며, 단순히 정보기술IT 업체와의 제휴를 넘어 금융 영역의 화학적 융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핀테크 산업이 그 나라의 특성을 기반으로 다양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자본시장 IT 활성화를 위한 지원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국내 자본시장 IT는 세계 시장을 따라잡기에는 그 규모나 속도가 아직은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원적 IT vs 혁신적 IT

그동안 한국 자본시장은 경제 이론이나 트렌드를 중요하게 여기고 IT를 업무 보조 수단으로 활용했다. 즉, 업무를 자동화해 편리하게 해주는 노동력 기반의 IT 기술인 ‘지원적 IT’에 머물렀다. 아이디어 기반의 IT 기술로 산업 자체가 변화하는 ‘혁신적 IT’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IT를 지원 기술로 활용하는 부서를 두고 있지만 혁신적 측면의 IT를 개발하는 부서를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국내 자본시장의 IT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혹자는 우리 증권시장이 전산화되고 모바일로 주식거래를 하므로 국내 IT 기술 수준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지원적 IT가 발달했을 뿐이다. 누구나 시간을 들이면 할 수 있는 낮은 수준의 IT 기술 운영 능력을 가지고 자본시장 IT가 발달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혁신적 IT’에 얼마나 접근했는지가 중요하다. 핀테크 측면에서 자본시장 IT를 바라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IT 기술이 근본적으로 자본시장을 변화시킨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지원적 IT와 혁명적 IT의 사례를 우리는 보더스Borders의 몰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하던 대형 서점 보더스는 혁신적 IT 기술을 가진 인터넷 서점 아마존Amazon이 등장하면서 사라졌다. 보더스도 업무 자동화를 위한 IT 기술, 즉 지원적 IT가 있었다. 그러나 아마존은 인공지능AI 기반의 기술로 책을 추천한다든지, 분석을 통해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혁신적 IT 기술을 선보였다.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었던 것이다. 만약 보더스가 처음에 아마존의 존재를 무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기술을 도입했거나 합병했다면 보더스는 여전히 막강한 기업으로 존재했을지 모른다.

우리 자본시장도 마찬가지다. 금융시장을 뒤흔들 혁신적 IT 기술로 무장한 기업이 등장한다면 기존 기업들의 생존은 보장할 수 없다. 기존 자본시장 기업, 즉 증권사나 보험사는 새롭게 등장하는 핀테크 기업의 혁신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 변화하는 것은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규모는 작아도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발굴하고 필요하면 인수·합병M&A을 통해 혁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구글도 경쟁력 있는 신생 기업을 M&A 하면서 성장해 왔다. IT가 금융 변화의 핵심이 되는 것이 핀테크 시대다. 지원적 IT에 머물러 있는 한국 자본시장은 혁신적 IT로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사진설명) 자본시장발전협의회가 지난 6월 개최한 '2016 한국자본시장컨퍼런스',

자본시장은 물론 로보어드바이저, 블록체인 분야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제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방법을 논의했다.

 

 

국내 자본시장 IT의 현실

국내 금융IT는 네트워크 통신 분야는 발달했지만 다른 나라에서 주력하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자산관리, 빅데이터 분석은 아직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우 증권가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아직 그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 역량을 보유하고 실무에 적용하는, 현실화된 자산관리 어드바이스 사례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신용정보법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실제로 데이터를 분석해서 고객들이 결정하거나 고객의 자산관리에 도움을 주는 빅데이터 분석이나 사례도 없다고 본다. 물론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기술의 방향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추진하고 있지만 기술 보유나 적용은 다른 문제인 것이다.

무엇보다 신기술을 적용하고 필요한 기술을 연구·개발R&D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 자본시장은 그동안 경제 분석 측면에 치우쳐 R&D를 추진해 왔다. IT 측면에서는 구축된 기술을 활용하기만 했지 필요한 기술을 학교나 연구 조직과 산학협력을 통해 직접 개발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이미 구축된 IT 기술을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에 적합하도록 커스터마이징해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을 어떻게 자본시장에 이용할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

앞으로 자본시장 IT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이 중요한 기술로 각광받을 것이다. 특히 블록체인은 국내에서도 코스콤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장외주식 거래 등을 시도하는 등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R3CEV라는 협의체는 표준화를 시도하고 있고, 국내 몇몇 은행도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이나 중국의 경우도 자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록체인은 앞으로 큰 영향을 미칠 분야이기 때문에 국제표준화나 동향에 촉각을 세워야 하며 협의체 구성에도 적극 참여하고 국내 협의체 구성에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 국내 자본시장에서라도 협의체를 만들어 이후 해외와 연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혁신을 위한 제안

그렇다면 한국 자본시장 IT의 미래를 위해서는 어떤 움직임이 필요할까. 미국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 같은 기술을 보유할 수 있는 역량과 규모를 갖추었지만, 우리 기업들의 경우 현실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보유하기는 어렵다. 우리 자본시장은 기업들이 힘을 합쳐서 필요한 기술을 함께 만들고 나누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움직임이 ‘오픈 플랫폼’ 연구다.

현재 오픈 플랫폼은 핀테크 기업이 접속해 증권거래 정보 등을 제공받는 일방향 방식이어서 적극적인 참여와 활용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신생 핀테크 기업,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이 플랫폼에 탑재되고 증권 회사들이 신생 핀테크 기업의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는 양방향 교류가 가능한 오픈 플랫폼으로 확장돼야 한다. 자본시장의 미래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서로 기술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앞으로 자본시장의 기업들이 혁신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즉, 혁신적 IT를 적용해야 한다. 예전에 지원적 IT 기반에서 일하던 방식은 기업에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때 요청 항목을 공고하고 관련 기업들이 제안하면 그중에서 가장 나은 안을 선택했다.

혁신적 IT는 최종 목표를 주되 별도 요청 항목을 주지 않아 참여 기업이 아이디어를 내도록 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예를 들어 비대면 인증이 필요할 경우, 특정 기능을 구현하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비대면 인증에 대한 아이디어를 마음껏 내보라는 방식으로 요청해 다양한 아이디어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이처럼 혁신적 기술을 얻고자 할 때는 일의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2년 앞선 자본시장 만들기

일반적으로 핀테크 분야의 성공 요소를 ‘소셜’, ‘테크놀로지’, ‘데이터’ 3가지로 본다. 그중 소셜적 측면에 대해 살펴보자. 기술적 흐름이 큰 줄기를 이루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소셜 관점이 강조돼야 한다. 단순히 모바일 거래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처럼 증권사의 고객들을 하나로 묶어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토로Toro라는 투자사는 ‘잘하는 사람 따라 하기’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는데, 양질의 투자 방법을 공유하고 자본시장 뉴스나 노하우를 공개해서 어느 정도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면 그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처럼 이제 우리 자본시장 IT도 소셜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네트워크를 통해 최대한 정보를 주고 그 안에서 고객들이 계속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흐름이다. 단순히 거래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고객을 사회화socializing할지 고민해야 한다. 테크놀로지 측면에서는 블록체인 등과 같은 새로운 금융IT 기술, 데이터 측면에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서 질 좋은 정보를 계속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자본시장 기업들이 갖추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자본시장 IT의 미래 경쟁력이 될 것이다.

희망적인 것은 한국이 IT 강국으로서의 이미지, 앞선 디지털 인프라, 적은 면적에 높은 인구 밀도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기 좋아하는 소위 얼리어답터 문화를 갖췄다는 점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핀테크 기술이 구현되고 사용되기 좋은 환경을 갖추었다. 혁신적 기술을 빨리 도입하면 해외에서 미처 적용하지 못한 부분을 먼저 개발할 수도 있다. 2년 앞선 자본시장을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기술을 내다보고 체험한다면 오히려 시장을 선점할 수도 있다. 성공할 경우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진출하기도 비교적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자본시장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이제 IT 부서를 지원 기능에만 활용하지 말고 산업 분야와 기업을 함께 혁신시키고 변화시키는 핵심 기획부서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 IT 전문가들이 회사의 미래를 기획하는 단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변화하는 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고 리드할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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